1.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 이그제큐티브 룸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이라는 곳이 존재하는 줄도 몰랐는데 스사사 카페에 이 호텔이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로 오픈했다고, 오픈했을 때가 가장 저렴하면서도 서비스가 좋다고 하여 예약하게 되었다. 리모델링 기간 동안 사용 못했던 바우처들이 유효기간이 있어서 중고나라 등에서 거래가 되고 있었는데, 바우처를 사용 시 라운지 이용이 가능한 이그제큐티브 룸을 평일 투숙 기준 187,000원에 숙박할 수 있었다. 바우처 시세는 대략 5만 원 내외였는데, 한 10년도 전에 중고나라를 통해서 디지털카메라를 샀다가 입금 후에 연락이 끊기는 등 마음앓이를 한 뒤 다시는 이용을 안 했던 터라 안전한 거래일까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바우처 비용을 포함해도 총 232,000원에 호캉스를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5만 원을 잃어버릴 각오를 하고 거래를 시도해보았다. 판매자가 바우처 1장만 파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장을 판매하고 있었고, 이미 거래가 완료된 것들도 있기에 문제가 없는 사람일 거라고 믿기로 했다. 다행히 연락도 바로바로 잘 되었고, 등기비 포함 5만 원에 해주었고, 등기도 신속하게 보내주면서 등기번호까지 문자로 남겨주시는 매너 있는 판매자라서 기분 좋게 거래할 수 있었다.
쿠폰 유효기간은 5월까지이긴 했지만 오픈 발이 떨어지기 전에 투숙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3월 4일(금) 숙박으로 예약을 했다. 2022년 1월 27일에 오픈을 했는데 2월 중순부터 벌써 음식이 오픈 첫 주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조금은 아쉽기도 했고, 또한 그때쯤부터 하수구 냄새가 방과 라운지에서 진동을 해서 방을 여러 번 옮겼다, 심한 사람은 그냥 집에 가서 잤다는 말도 나와서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이왕 예약한 거, 우리가 투숙하는 주까지는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했겠지 하면서 향했다.
3시 체크인인데 주말을 앞두고 사람들이 많아 얼리 체크인이나 레이트 체크아웃은 불가능한 분위기였다. 그래도 조금은 일찍 체크인을 해서 2시 30분에 방에 들어설 수 있었다. 남산타워뷰 방으로 부탁했더니 현재는 라운지와 동일한 18층만 가능한데 괜찮냐고 했고, 조금 시끄러울까 걱정도 되었지만 라운지를 자주 오갈 텐데 편하기도 할 것 같아서 흔쾌히 선택했다.
방에 들어서자 마자 남산타워가 딱 들어와서 좋았다. 미세먼지가 있는 날이라 뷰가 흐려서 아쉽긴 했지만, 창 바로 아래에 예쁜 소파가 있어서 사진 찍기도 좋았다. 신라호텔이나 그랜드 하얏트와는 다르게 빌라들이 많이 보이는 뷰라는 것은 아쉽지만, 가격이 훨씬 저렴하니 더 욕심내어서는 안 되겠다. 방은 생각보다 좁지만, 리모델링 후라 가구는 다 새것이고 좁지만 소파, 테이블, 책상 등 필요한 것은 작은 가구로라도 열심히 넣어둔 노력이 돋보였다. 화장실도 내가 좋아하는 대형 비앙코 타일로 꾸며져서 마음에 들었다.
2.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에프터눈티
에프터눈 티 시간이 14:30~16:30이고, 에프터눈 티를 일찍 먹어야 해피아워 시간에 더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사진만 몇 장 찍고 서둘러 라운지로 향했다. 3시쯤 도착했는데 남산타워가 보이는 안락한 로우 티테이블은 모두 만석이라 도시 뷰라고 할 수 있는 반대쪽 하이티 테이블에 앉았다. 로우 티테이블이 분위기는 더 좋지만, 이따가 해피아워는 식사이기 때문에 탁자가 낮으면 너무 불편할 것 같아서 잠시 후에도 이 자리에 앉기로 했다.
에프터눈 티는 듣던 대로 매우 간소했다. 트레이도 아니고 접시에 미니케이크, 샌드위치, 스콘이 나오는데 다들 좀 푸석하고 싼 맛이 난다. 누군가는 인터넷에서 싸게 파는 티푸드에다가 풀만이 크림/초콜렛 등으로 장식만 살짝 해서 내놓는 거라던데 그 말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절대 5성급 호텔급은 아닌 것으로. 에프터눈티 티푸드보다는 라운지 운영 시간에 항상 기본으로 놓여있는 쿠키류가 차라리 훨씬 맛있었다. 커피도 캡슐커피로 내가 직접 내려 먹어야 하고, 티도 티백에 뜨거운 물을 내가 다 직접 부어야 한다. 하지만 캡슐커피맛이 상당히 좋아서 거기엔 큰 불만이 없었다. 저녁의 해피아워를 기대하며 다 하나씩 맛만 보고 일어섰다.
3. 피트니스 센터
방에서 좀 쉬다가 식욕을 더 돋우고자 피트니스 센터로 향했다. 운동복과 양말은 무료로 대여해주지만 운동화는 따로 챙겨 와야 했다. 시설이 아주 크지는 않지만 사람 또한 적어서 아주 편하게 운동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리모델링 직후라 테크노짐 기구들이 모두 새것으로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4.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에프터눈 티 해피아워
우리가 가장 기다렸던 라운지 해피아워 시간이 되었다. 금요일이라서 2부제(1부 : 17:00~18:30, 2부 19:00~20:30)로 운영되었고, 체크인할 때 미리 시간을 정해야 했는데 우리는 해피아워랑 좀 떨어뜨리기 위해 2부를 선택했다. 음식은 종류가 많지는 않았지만 안주거리 될만한 것들로 잘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맛은 솔직히 아쉬웠다. 인터넷에서 칭찬받던 등갈비, 미트볼 둘 다 온도가 좀 식었고 질기다는 느낌을 받았고, 닭봉은 맛있긴 했으나 남편은 기성품 튀긴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참치 타다끼나 훈제 연어, 관자요리는 훌륭했다. 멜론에 하몽이 얹어서 나오는 것은 만족스러웠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쌀국수. 진한 국물에 덩어리 고기가 아주 안주로 좋았다. 와인은 기억에 잘 안 남고 1잔만 마셨던 걸로 보아 실망스러웠던 것 같고, 그래서 우리는 주로 칵테일을 제조해서 먹었다. 오픈 주간의 화려한 음식들을 보고 왔던 터라 조금은 아쉬웠지만, 우리 후에는 하몽 멜론 대신 배 위에다가 하몽을 얹어서 나왔다는 후기를 보고 나니 그래도 음식이 그나마 괜찮았을 때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우처로 할인하면 가지, 정가 내고서는 오기가 애매한 호텔이란 생각이 들었다.
해피아워를 다녀오고 나니 방에서 그 문제의 하수구 냄새가 살짝 나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난 그리 심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인터넷에서 본 팁대로 향이 강한 샤워젤을 화장실에서 의도적으로 많이 사용해서 좀 덮었다. 리모델링 직후인데 이런 불상사가 있다니 조금은 안타깝기도 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