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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10월 제주 여행 3일차-3] 애월읍 새별오름 가을 억새 - 카페 새빌 핑크뮬리

by 티아레 향기 2022. 12. 9.

1. 제주 서부 애월읍 새별오름 - 가을 억새

  신라호텔에서 차로 22분 정도 가면 제주 서부 대표 오름인 새별오름이 나타났다. 중문에서 제주시로 돌아갈 때 들르기 좋은 위치였다. 새별오름은 가을에 억새로 유명한데, 억새가 흐드러지게 펴서 딱 예쁠 때 잘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우리가 3시 50분쯤 도착해보니 토요일 오후인 데다가 일부러 노을에 맞춰 방문한 관광객들도 많아서 엄청 북적였다. 새별오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면 등반하기 전에 아래서 찍는 것이 좋다. 올라가는 길은 좁고 가팔라서 인물 사진을 찍을 만한 공간이 안 나오고, 오가는 사람들과 함께 찍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우는 해를 배경으로 웨딩촬영을 하는 커플도 보았는데, 핸드폰 카메라로는 역광이라 도저히 담을 수가 없었는데 사진작가 카메라를 슬쩍 보니 정말 멋지게 잘 찍히고 있었다. 역시 가을엔 새별오름이 맞는구나 싶었다.

제주 새별오름 오른쪽으로 올라가다가 뒤돌면 보이는 풍경. 하얗게 피어난 억새와 초록초록한 평지와 그 너머로 보이는 짙은 푸른색 바다와 하늘이 아름답게 잘 어우러졌다.
제주 새별오름 오른쪽으로 올라가다가 뒤돌면 보이는 풍경. 하얗게 피어난 억새와 초록초록한 평지와 그 너머로 보이는 짙은 푸른색 바다와 하늘이 아름답게 잘 어우러졌다.

 새별오름은 왼쪽으로도 오른쪽으로도 올라갈 수 있는데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것이 조금 더 수월하다고 인터넷에서 봐서 그리로 올라갔다. 편도 약 30분 정도 걸린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저녁 예약시간까지 조금 촉박하다고 여겨져 파워워킹을 했더니 한 20여분만에 올라간 것 같다. 숨이 가쁘고 힘들기는 했으나, 오름 중반 이후부터는 탁 트인 풍경이 그 피곤함을 싹 지워줬다. 오름과 평지 너머로 넓게 펼쳐진 제주 바다가 구름 없이 펼쳐진 하늘과 어우러져 장관이었다. 정상에 올라가니 서쪽 바다의 비양도까지 보여서 좋았다. 이번 여행에선 직접 방문하진 않았지만, 10여 년 전 서부 해안코스로 돌면서 비양도 앞바다에서 남자 친구(현 남편)와 해수욕을 했던 생각이 나서 그 추억에 또 뭉클해졌다.

 우리는 가야할 길이 멀었기에 정상에서 바로 왼쪽으로 해서 내려왔다. 왼쪽 길은 오른쪽보다 훨씬 가팔라서 내려가는 것조차 조금 힘들었다. 왜 오른쪽 길이 오르기에 더 수월하다고들 평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왼쪽으로 내려올 때는 한라산 백록담도 보이고, 카페 새빌의 핑크 뮬리 밭도 보이고 보이는 풍경이 달라서 양쪽 등반길을 모두 경험해봐서 좋았다. 

 

2. 새별오름 근처 카페 새빌 - 핑크뮬리

 새별오름에서 내려오고 나니 4시 20분 정도였는데, 남편은 저녁 예약에 늦으면 안 되니까 바로 제주시로 출발하자고 했다. 하지만 나는 원래 새별오름 근처 카페 새빌을 들려서 핑크 뮬리도 보고 싶었고, 방금 내려오는 길에 보인 새빌이 너무 예뻐 보였기 때문에 잠깐만 들려서 커피 한 잔만 하자고 졸랐다. 떼쓰는 나를 이기지 못한 남편은 늦으면 책임지라면서 일단 차를 몰고 카페 새빌로 가주었다.

새별오름 왼쪽으로 내려오다가 보이는 풍경. 카페 새빌과 그 앞에 넓게 펼쳐진 핑크뮬리 밭, 숲 너머로 한라산의 백록담까지 보인다.
새별오름 왼쪽으로 내려오다가 보이는 풍경. 카페 새빌과 그 앞에 넓게 펼쳐진 핑크뮬리 밭, 숲 너머로 한라산의 백록담까지 보인다.

 아무래도 나처럼 새별오름을 방문한 사람은 카페 새빌로 향하기 마련인지라 카페는 엄청 붐볐다. 예전에 그린리조트 호텔이라는 숙박시설이었던 것 같은데, 리모델링해서 카페로 사용하면서도 예전 호텔 간판은 그대로 두어서 나름 레트로 한 감성이 느껴졌다. 리조트였던 만큼 1,2층으로 규모는 크지만 사람들도 많아서 핑크 뮬리가 잘 보이는 창가자리는 앉기 어려웠다. 어차피 우리는 오래 앉아있을 생각이 아니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만 구매하고, 바로 핑크뮬리 밭으로 나갔다. 

 카페 2층의 창가에서도 핑크 뮬리를 내려다 보긴 했었는데, 의외로 가장 예쁜 풍경은 1층 여자 화장실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었다. 아치형 창문 사이로 보이는 풍경이 마치 액자 속 풍경같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핑크뮬리 밭 입구 쪽에서 사진을 찍느라 여기까지는 잘 오지 않았는데, 나는 뒤로 바다가 보이는 이쪽 풍경이 더 마음에 들어서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건물 물 측면 쪽으로 향했다.

카페 새빌 1층 화장실 아치형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 이걸 보지 못했더라면 나도 남들처럼 핑크뮬리밭 정면 입구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사진찍느라 고생했을 것 같다.
카페 새빌 1층 화장실 아치형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 이걸 보지 못했더라면 나도 남들처럼 핑크뮬리밭 정면 입구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사진찍느라 고생했을 것 같다.

 핑크 뮬리가 생각보다는 듬성듬성 있기도 하고, 그에 반해 사람들은 많아서 사진찍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방금 올라갔다온 새별오름과 바다와 핑크뮬리가 어우러진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핑크 뮬리의 분홍색이 살짝 기울어진 햇빛을 만나 몽환적인 분위기로 빛을 냈다. 더 머물고 싶었지만 늦는다는 남편의 성화를 못 이기고 4시 50분쯤 우리는 차에 탑승해서 제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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