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0월 제주 여행 2일차-3] 중문 제주 신라 호텔 스탠다드 룸 - 호텔 산책로 쉬리의 언덕

티아레 향기 2022. 12. 2. 15:32

1. 중문 제주 신라 호텔 스탠다드 룸 더블 마운틴 뷰

  미영이네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차로 30분 이동하여 중문 제주 신라 호텔에 도착했다. 예전부터 제주 신라 호텔에 한 번은 묵어보고 싶었는데 제주에 오게 되면 늘 야외 관광이 우선이 되다 보니 호캉스는 자꾸 후순위로 밀리고, 가성비 있는 숙소만 경험했었다. 이제 제주를 여러 번 방문해보아서 웬만한 관광지는 가보았고, 제주 신라 호텔도 하나의 관광지라고 생각하고 처음으로 예약하게 되었다. 원래 제주 신라는 그렇게까지 비싸지 않았는데, 21년도에는 코로나로 인하여 신혼여행지로 떠오르면서 가격이 엄청 올랐다. 10월 여행이라 신혼여행객들과도 경쟁하게 될 것 같아 4월 말에 58만 원으로 우선 예약했다가, 5월에 신라 호텔 공식 앱에서 멤버십 회원 대상으로 3일간 특가가 떴길래 취소하고 새로 예약을 했다. 가장 저렴한 방이고 조식도 불포함으로 하긴 했지만 금-토 숙박에 387,200원에 예약해서 만족스러웠다.

 제주 신라 호텔은 얼리 체크인은 어려워도 야외 수영장이 있기 때문에 짐을 맡기고 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해서 원래는 12시쯤에는 도착해서 수영을 즐겨야지 싶었다. 하지만 오전에 내가 원했던 메밀꽃밭도 가야 했고, 남편이 노래 부르던 고등어회도 먹어야 해서 일정이 많다 보니 결국 오후 1시 40분에 도착해서 살짝 아쉬웠다. 그래도 원래 2시 체크인인데 20분 얼리 체크인을 해줘서 좋았다. 서울 신라 호텔은 4번 정도 방문했었는데 시설이야 서울 신라가 더 좋지만 친절도는 제주 신라가 더 낫게 느껴졌다. 호텔 입구 멀리에서부터 달려 나와서 캐리어를 받아가 주시는 직원분이 계셔서 정말 환영받는 느낌. 

중문 제주 신라 호텔 스탠다드 룸 더블 마운틴뷰. 침대 위에 감귤과자도 서비스로 놓여있었다. 야외 테라스도 있고 기본 방도 아주 넓고, 나무로 가려져서 주차장이 안 보여서 좋았다. 나무 너머로 저멀리 한라산 백록담도 보여서 대만족.
중문 제주 신라 호텔 스탠다드 룸 더블 마운틴뷰. 침대 위에 감귤과자도 서비스로 놓여있었다. 야외 테라스도 있고 기본 방도 아주 넓고, 나무로 가려져서 주차장이 안 보여서 좋았다. 나무 너머로 저멀리 한라산 백록담도 보여서 대만족.

 제주 신라 호텔은 마운틴뷰-정원뷰-오션뷰 순의 가격으로 비싼데, 가장 저렴한 방은 마운틴뷰라고 하지만 사실상 주차장 뷰라고 한다. 하지만 인터넷을 열심히 검색해서 후기를 보다 보니, 마운틴뷰에서 오히려 저층을 받으면 나무로 가려져서 주차장은 보이지 않고 숲 속에 있는 것 같이 보이는 방이 있었다. 그래서 요청사항에 주차장이 최대한 보이지 않는 나무 뷰로 이루어진 객실을 부탁드린다고 썼고, 그러한 방을 받게 되어서 만족스러웠다. 엘리베이터 바로 옆방이라 방음이 약한 제주 신라 호텔에서 방 앞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조금 시끄럽기도 했지만, 주차장 뷰를 면해서 좋았다. 방이 오래되고, 가구도 낡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서 생각보다는 괜찮았고, 대신 기본 방인데도 공간이 넓어서 좋았다. 유럽 여행했을 때 묵었던 역사가 깊은 호텔의 클래식한 인테리어와도 유사해서 마음에 들었다.

 

2. 제주 신라 호텔 산책로 쉬리의 언덕

 나는 사진만 찍고 어서 야외수영장으로 달려가고 싶었으나, 남편이 운전을 오래해서 피곤하다며 좀 쉬어야겠다고 침대에 누워버렸다. 2시에서 3시 가장 햇살 좋은 시간을 이렇게 보내버리다니 너무 아쉬웠지만, 내가 운전한 사람이 아니니 꾹 참기로 했다. 약속한 3시가 되어 남편을 깨워서 일단 호텔 산책로를 걷기로 했다. 수영장에 한 번 들어갔다 오면 젖어버리고 다시 외출 복장을 하고 산책을 하기가 영 번거로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기자기한 호텔 조경과 글램핑 캠핑 빌리지도 구경한 뒤, 중문색달 해수욕장을 한 눈에 내다볼 수 있는 쉬리의 언덕으로 향했다. 영화 쉬리의 촬영지로, 영화를 본지 너무 오래되어서 내용도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마지막에 여주인공 김윤진이 쉬리의 언덕 벤치에 앉아있었던 장면이 가물가물 하다. 약 10년 전 남편이 제주도 근무하던 연애시절에 내가 제주도 놀러 왔다고 남편이 여기에 데리고 와줬는데(외부인들도 산책로는 이용 가능), 꼬꼬마 시절 신라호텔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져서 궁전 같은 이곳에 부자가 되면 투숙하고 싶다 말했던 추억이 있다.

연애시절 추억이 담겨있는 제주 신라 호텔 산책로 쉬리의 언덕. 초록초록한 정원과, 짙푸른 중문 색달 바다와 하늘색의 하늘의 색감이 조화롭다.
연애시절 추억이 담겨있는 제주 신라 호텔 산책로 쉬리의 언덕. 초록초록한 정원과, 짙푸른 중문 색달 바다와 하늘색의 하늘의 색감이 조화롭다.

 지금도 부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10년 전의 나보다는 여유로워져서 이번에는 외부인이 아니라 투숙객으로, 그 때의 남자 친구가 현재의 남편이 되어 둘이서 함께 다시 쉬리의 벤치에 나란히 앉으니 나름 감개무량했다. 다만 제주 바람은 그때도 지금도 거세서 예쁜 사진 남기기는 실패! 일부러 수영 시간도 포기하고 사진 찍겠다고 산책부터 왔는데 아쉽긴 했다.

 방으로 돌아가서 수영복으로 환복하고 나오니 어느덧 오후 3시 40분. 산책 시작할 때의 따스함은 어디로 가고 벌써부터 공기가 차게 느껴졌다. 야외수영장이라도 온수풀이라 물은 따스하긴 했지만 물 밖으로 나오는 상반신은 젖은 상태로 바람을 맞으니 너무 추웠고, 그래서 자쿠지에 한 번 들어갔더니 밖이 더 춥게 느껴져서 수영장 물로는 복귀가 불가능한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자쿠지에서 오들오들 떨면서도 수영장을 더 이용해야겠다고 말하는 나에게, 남편은 내일도 있고 방을 누리는 것도 신라 호텔을 제대로 이용하는 것이니 포기하자고 설득했다. 나도 이렇게 수영도 못하고 떨면서 있는 것은 의미 없다고 생각해서 동의하고 오후 5시에 방으로 돌아갔다. 봄가을이라면 아무리 제주도라도 야외수영장은 한낮에 이용하는 것이 좋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